거주자? 한국인? 국적?
무엇이 다를까요?
거주자와 반대되는 개념은 비거주자이고, 한국인과 반대되는 개념은 외국인이죠.
그렇다면 한국인은 거주자일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거주자는 국적을 초월한 개념입니다. 한국인은 일반적으로 거주자이지만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비거주자에 해당되고, 외국인은 일반적으로 비거주자이지만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거주자에 해당됩니다.

◆세금의 관점에서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구분이 중요합니다.

거주자와 비거주자는 한국에 신고하고 납부하여야 할 소득의 범위에 차이가 있습니다.

(거주자 => 한국소득 + 외국소득)
(비거주자 => 한국소득)

일반적으로 한국인은 국내소득만 있으니 별로 신경쓸 게 없지만, 한국인이 외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한국인이 외국소득을 한국에 모두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한다면 큰 문제는 없겠죠. 문제는 한국인이 외국소득이 있으면서 한국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삼성라이온스 투수 오승환이 2013년 12월~2015년 15월까지 일본 한신타이거즈에서 활약한 기간에 일본에서 받은 계약금과 연봉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해 과세하려다가 포기하고 세무조사를 자진 취소해 지적을 받았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곽태휘, 이정수 등 프로축구선수가 해외리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한국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하여 국세청과 다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다툼에서 축구선수 입장은 자신들은 세법상 비거주자이니 해외소득은 한국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고, 국세청의 입장은 세법상 거주자이니 해외소득도 한국에 신고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그렇다면,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판단기준은 무엇일까요?

한국의 기준만 본다면 소득세법에 아래와 같이 정의되어 있습니다.

"거주자란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의 거소(居所)를 둔 개인을 말한다."

상기와 같이 세법의 내용은 간단하지만 실무상 적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세법에는 국내에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있는지, 국내소재 자산이 있는지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관계에 따라 주소가 있는지를 판정한다고 애매모호하게 규정되어 있죠.

한편, 외국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그 나라 나름의 세법에 따라 최대한 세금을 징수하려 합니다. 당연히 거주자에 대한 기준도 나라마다 다를 수 있으니 결국, 한국인이 우리나라 세법에 따라 한국의 거주자에 해당되면서 동시에 외국에서 역시 그 나라의 거주자에 해당되는 이중거주자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중거주자에 해당된다면 마지막으로 조세조약까지 찾아봐야 합니다. 소득이 발생된 그 나라와 한국이 체결한 조세조약을 보면,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기준을 순차적으로 적용하여 어느 한 나라의 거주자로 판정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1) 항구적 주거
2)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
3) 일상적 거소
4) 국민과 상호합의

가정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인적/경제적 관계가 더 밀접한 국가는 어디인지, 직업, 재산상태, 사업장소, 더 자주 체류하고 오래 체류하는 곳은 어디인지 등...이런 기준을 순차적으로 적용하여 어느 한 나라의 거주자로 판정하게 되지만, 그것으로도 결정되지 않는다면 최종적으로 양국의 권한 있는 당국 간의 상호합의를 통하여 어느 한 나라의 거주자로 결정하게 됩니다.

◆결국 거주자/비거주자 문제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

한국인이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소득을 벌어들인 경우 거주자/비거주자 문제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제가 10년전 재계서열 12~13위권 그룹의 지주사에서 일할 때 이런 문제를 자주 접해보았는데, 최근에는 분위기가 그 당시와는 많이 바뀐 듯 보입니다. 당시에는 한국에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있다거나 중요한 재산의 대부분이 있다거나 하면 웬만하면 거주자로 보았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은 사례도 많이 나오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고,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국외소득이 발생하는 경우 거주자/비거주자 판정문제는 신중히 접근하여야 할 것입니다.